몰라서 안 쓴다고? 돈 들고 불편해서 못 쓴다… 280만 유튜버가 폭로한 한국형 eSIM의 민낯

스마트폰에 내장된 칩을 이용해 물리적인 심(SIM) 카드 없이도 개통과 기기 변경을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통신 기술 eSIM(이심). 하지만 2022년 9월 한국에 정식 도입된 지 4년 차를 맞았음에도,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중 eSIM 이용 비율은 5% 남짓에 불과한...

스마트폰에 내장된 칩을 이용해 물리적인 심(SIM) 카드 없이도 개통과 기기 변경을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통신 기술 eSIM(이심). 하지만 2022년 9월 한국에 정식 도입된 지 4년 차를 맞았음에도,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중 eSIM 이용 비율은 5% 남짓에 불과한 실정이다.최근 정부와 통신 업계가 그 원인을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과 지원 단말기 제한에서 찾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 IT 유튜버 '잇섭(ITSub)이 "소비자가 무지해서 안 쓰는 것이 아니라, 한국식 eSIM(이른바 K-eSIM)이 너무나도 불편하고 기형적이기 때문"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해외여행 필수품이자 혁신 기술인 eSIM… 한국에선 왜?

eSIM은 본래 장점이 압도적인 기술이다. 해외여행 시 유심을 잃어버릴 걱정 없이 QR코드만으로 현지 통신망을 개통할 수 있고, 하나의 스마트폰에서 두 개의 번호를 쓰는 듀얼 심 기능도 손쉽게 구현한다.심지어 애플은 미국 내수용 아이폰에서 물리 유심 슬롯을 아예 없애고 그 자리에 배터리를 더 채워 넣을 정도로 글로벌 표준은 이미 eSIM으로 넘어가고 있다.잇섭은 "한국 소비자들이 이 엄청난 장점을 몰라서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한국의 제도적, 기술적 제약이 장점을 모두 상쇄해 버렸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K-eSIM의 3대 촌극 : 수수료, 중고 거래 대란, 영업시간

잇섭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eSIM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문제점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첫째, 기기 변경 때마다 부과되는 황당한 수수료다. 미국(버라이즌, T-모바일 등)이나 유럽의 대형 통신사들은 기존에 쓰던 eSIM을 새 기기로 옮길 때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기기를 바꿀 때마다 매번 2,750원의 프로파일 다운로드 수수료'를 내야 한다. 소프트웨어적인 전송임에도 기술적 한계를 운운하며 비용을 청구하는 구조는, 애초에 통신비 경감을 위해 eSIM을 도입하겠다던 정부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둘째, 화이트리스트 부활과 중고폰 거래의 악몽이다.해외와 달리 한국은 대포폰 및 명의도용 방지를 명분으로 기기 고유 식별번호(IMEI, EID)를 통신사 전산에 엄격하게 등록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문제는 전산 시스템의 허술함이다. 쓰던 스마트폰을 중고로 팔 때, 기기에서 eSIM을 삭제했음에도 통신사 서버에 이전 명의자의 정보가 남아있어 새로운 구매자가 개통을 거절당하는(명의 불일치)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유심만 빼서 넘기면 끝이던 물리 심 시절보다 훨씬 번거로워진 것이다.셋째, 디지털 서비스에 존재하는 영업시간 제한이다.24시간 365일 언제든 온라인에서 활성화할 수 있는 해외의 eSIM과 달리, 한국에서는 통신사의 개통 영업시간 내에서만 기기 변경이나 eSIM 다운로드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잇섭은 "빨리빨리를 선호하는 한국에서 굳이 이런 제약을 둔 것은, 이를 철저히 통신사의 개통 처리 과정으로 묶어두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명분은 좋으나 편의성은 실종, 근본적 궤도 수정 필요

물론 명의도용과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국내 상황상, 기기 정보와 명의를 철저히 검증하려는 보수적인 접근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하지만 보안을 강화한다는 명목하에 소비자의 편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전가한다면, 그것은 결코 올바른 혁신이라 할 수 없다. 잇섭의 지적처럼 일선 대리점조차 전산 처리가 복잡하고 클레임이 잦은 eSIM 대신 편한 유심(USIM) 개통을 권장하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소비자들은 결코 무지하지 않다. 정부와 통신사는 "이용자가 몰라서 안 쓴다"는 안일한 책임 전가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만 불편과 비용을 떠넘기고 있는 기형적인 K-eSIM 시스템의 근본적인 궤도 수정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