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도 통계 읽는 법이 필수인 이유…

AI 시대에도 통계 읽는 법이 필수인 이유 인공지능(AI)이 방대한 정보를 1초 만에 분석하는 시대다. 복잡한 수식과 연산은 기계의 몫이 되었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장원철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는 최근 유튜브 채널 샤로잡다에 출연해 그 해답을 제시했다...

AI 시대에도 통계 읽는 법이 필수인 이유

인공지능(AI)이 방대한 정보를 1초 만에 분석하는 시대다. 복잡한 수식과 연산은 기계의 몫이 되었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장원철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는 최근 유튜브 채널 샤로잡다에 출연해 그 해답을 제시했다. 숫자를 맹신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맥락을 파악하는 '데이터 문해력'이다. 장 교수는 로또 다수 당첨 논란과 프로야구 사례를 들어 일상 속 통계의 함정을 경고했다.

무작위에 대한 인간의 오해와 착각

대중은 직관에 어긋나는 결과를 쉽게 의심한다. 특정 회차에 로또 1등 당첨자가 무더기로 나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이를 조작의 증거로 굳게 믿는다. 하지만 통계학적 관점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매년 국내 로또 판매량은 1억 장을 가볍게 넘긴다. 당첨 확률은 약 814만 분의 1이다. 모두가 번호를 무작위로 고른다면 평균 13명의 당첨자가 나와야 수학적으로 정상이다. 실제로는 당첨자가 한두 명에 그칠 때도 많다. 조작설이 불거지는 이유는 사람들의 번호 선택 방식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이전 당첨 번호나 대각선 등 특정 배열을 선호한다. 이런 쏠림 현상 탓에 특정 번호가 뽑히면 당첨자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기억하는 '선택적 편향'도 한몫한다. 잘생긴 배우는 연기를 못한다는 낡은 편견이 좋은 예다. 우리는 화면에 등장조차 못 하는 연기력 부족한 배우를 보지 못한다. 눈에 띄는 사례만 모아 잘못된 인과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야구 데이터의 진화, 핵심은 소통

야구는 통계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종목이다. 장 교수는 과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자문위원을 지냈다. 예전에는 타율과 홈런 같은 직관적인 지표가 선수의 가치를 정했다. 하지만 출루율이 팀 승리에 더 직결된다는 사실이 증명되며 판도가 바뀌었다. 최근에는 투수의 구속을 높이는 과학적 훈련에도 데이터가 쓰인다.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와의 인간적인 소통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분석 팀이 있어도 복잡한 확률로 설명하면 현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타석에 선 선수에게 필요한 건 복잡한 수치가 아니라 칠지 말지에 대한 확신이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레시피 설명 방식이 훌륭한 참고서다. 그는 정확한 밀리리터(ml) 대신 종이컵이라는 익숙한 단위를 쓴다. 복잡한 수치를 상대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데이터 문해력은 결국 숫자를 인간의 언어로 바꾸는 배려의 기술이기도 하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질문의 힘

요즘은 챗GPT 같은 인공지능이 통계 분석 도구의 진입 장벽을 완전히 허물었다. 과거처럼 어려운 프로그램을 배우느라 끙끙댈 필요가 없다. 인공지능이 연산을 대신해 주는 환경에서 인간만의 무기는 분명하다. 모호한 현실의 문제를 구체적인 데이터 문제로 통역하는 능력이다. 장 교수는 과거 프로야구 심판의 편파 판정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연락을 받았다. 수사관은 데이터로 편파 판정을 증명할 수 있는지 막연하게 물었다. 장 교수는 이를 스트라이크 존 판정 확률을 비교하는 수학적 과제로 명확히 바꾸어냈다. 이처럼 현실의 맥락을 파악하고 질문을 설계하는 것은 아직 인공지능이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데이터 문해력을 키우는 3가지 실천 방법]- 정보의 출처가 공신력 있는 자료인지 꼼꼼히 확인한다. - 한쪽 주장에 휩쓸리지 않고 반대쪽 의견도 교차 검토한다. - 특정 의도에 맞게 선택적으로 가공된 정보인지 늘 의심한다

99%의 연산보다 1%의 날카로운 질문이 살아남는 시대

기계가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는 인간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 연산 능력에 기대는 직업군은 수학적 확률로 보아 빠르게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데이터의 이면을 읽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인재의 가치는 더욱 급등할 것이다.장 교수의 조언처럼 고전 문학 완독 같은 긴 호흡의 독서가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강력한 백신이 될 수 있다. 빠른 정답보다 바른 질문을 찾는 자가 미래의 주도권을 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