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인"이 제시한 제3의 성향, 내향·외향 구분으로 설명되지 않는 집단 거리감

내향·외향 분류로 설명되지 않는 오트로버트 개념 유성호 교수는 라미 카민스키의 책 『이향인』을 소개하며 기존의 내향인·외향인 구분으로 설명되지 않는 성향에 주목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Gift of Not Belonging』이다. 국내 제목인 이향인은 책의 핵심...

내향·외향 분류로 설명되지 않는 오트로버트 개념

유성호 교수는 라미 카민스키의 책 『이향인』을 소개하며 기존의 내향인·외향인 구분으로 설명되지 않는 성향에 주목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Gift of Not Belonging』이다. 국내 제목인 이향인은 책의 핵심 개념인 '오트로버트'를 옮긴 말이다. 오트로버트는 스페인어로 '다른'을 뜻하는 'Otro'에서 출발한 표현으로, 안이나 밖이 아니라 다른 방향을 향하는 사람을 뜻한다.이 개념이 겨냥하는 대상은 단순히 조용한 사람이나 사교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다. 책에서 말하는 이향인은 집단 안에 들어와 있지만 그 집단의 기준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는 사람이다. 유 교수는 책 속 40문항 테스트에서 기준점인 188점을 넘는 212점을 받았다고 밝히며 자신에게도 이향인적 성향이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집단 소속과 동화 여부로 구분되는 이향인의 특성

이향인은 외부인과 다르다. 외부인은 집단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에 가깝지만, 이향인은 이미 집단 안에 있다. 친구도 있고 일대일 대화도 가능하며 때로는 인기도 있다. 다만 여러 사람이 같은 분위기와 취향을 공유해야 하는 순간에는 불편함을 느낀다.유 교수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나이트에 갔지만 실제로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경험을 예로 들며, 이향인은 관계 자체보다 집단의 방향과 규칙에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더 큰 거리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이러한 특성은 규칙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이향인은 보편적 예의나 사회적 기준은 지키지만, 특정 조직 안에서만 통하는 강압적 규칙에는 반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공개적으로 충돌하기보다 조용히 거리를 두거나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방식으로 반응하기도 한다.겉으로는 모임에 참석하고 역할을 수행하는 가짜 외향인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부에서는 자기 기준과 집단 기준을 분리해 판단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사회 부적응과 구분된다.

또래 관계 문제로 오해되기 쉬운 이향인 아동의 특성

이향인 개념이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지점은 양육 과정이다. 부모는 아이가 또래 집단에 적극적으로 섞이지 못하면 따돌림이나 사회성 부족을 걱정한다. 그러나 이향인 아이는 말이 없거나 관계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가 아닐 수 있다. 일대일 관계에서는 다정하고 어른들과 대화도 잘하며 독창적인 생각을 보일 수 있다.문제는 또래 집단의 문법을 불편해한다는 점이다. 청소년기는 소속감이 강하게 작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향인 성향을 가진 아이는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책이 제안하는 내버려 두는 기술은 방치가 아니다. 아이가 자신의 호불호와 선택 기준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과도한 집단 적응 압박을 줄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협업 사회에서 더 선명해지는 이향인의 불편

직업 선택에서도 이향인의 문제는 이어진다. 현대 사회의 많은 일은 협업을 전제로 한다. 회사 조직은 공동 목표와 내부 문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책은 이향인에게 프리랜서나 독립성이 높은 직업이 맞을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다수는 조직 안에서 일해야 한다.따라서 이향인의 직업 문제는 단순히 독립 직업을 선택하면 된다는 식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핵심은 조직 안에서도 개인의 판단과 거리두기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다. 이향인은 조직에 무조건 맞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집단의 방향을 그대로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성향의 문제를 능력의 문제로 오해하기 쉽다.

사회 부적응이 아닌 성향 차이로 읽어야 하는 이유

『이향인』이 제시하는 핵심은 새로운 성격 유형을 하나 더 붙이는 데 있지 않다. 집단에 적극적으로 섞이지 않는 사람을 곧바로 사회성 부족이나 부적응으로 판단해 온 기준을 다시 보게 한다는 점에 있다. 이향인은 관계를 거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수의 취향과 규칙에 자동으로 동화되지 않는 사람에 가깝다. 따라서 또래 집단이나 조직 문화에 거리감을 느낀다는 이유만으로 문제적 성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유 교수의 리뷰에서도 이 부분이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이향인은 일대일 관계에서는 다정하고 역할이 주어지면 수행 능력도 보이지만 집단 전체가 같은 방향을 요구할 때 강한 불편을 느낀다. 이향인이라는 개념은 고립을 미화하기보다 공동체 적응 중심의 성격 평가를 보완하는 데 초점이 있다. 집단 안에서 다른 기준을 가진 사람을 곧바로 부적응으로 분류하지 않고, 관계 방식과 소속감의 차이로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