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거 지도가 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5년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1인 가구는 1,002만 세대를 돌파하며 전체 세대의 42%를 기록했다.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다. 흔히들 '정답'이라 부르는 풀옵션 오피스텔이나 역세권 ...
대한민국 주거 지도가 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5년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1인 가구는 1,002만 세대를 돌파하며 전체 세대의 42%를 기록했다.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다. 흔히들 '정답'이라 부르는 풀옵션 오피스텔이나 역세권 아파트 대신, 다소 불편하더라도 자신의 취향이 선명하게 투영된 공간을 찾는 주체적인 거주 문화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서촌, 90년 된 7평 남짓한 작은 한옥에 둥지를 튼 공간 디자이너 이하경 씨의 삶이 그 증거다.
이하경 씨가 선택한 한옥은 서촌에서도 가장 작은 축에 속하는 90년 된 노후 주택이다. 현대인에게 익숙한 이중 샤시 대신 문풍지가 발린 나무 문을 열고 닫으며, 그는 날씨 앱을 확인하는 대신 마당에 핀 세순으로 봄이 왔음을 감각한다. 물론 노후 한옥은 아파트 대비 열손실이 약 3배가량 높아 겨울철 난방비가 더 들고, 창문을 열 때마다 나무 토막을 돌려 고정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하지만 그는 이를 '결함'이 아닌 '계절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오피스텔에서는 사람들의 옷차림으로 계절을 알았지만, 여기선 문만 열면 사계절이 피부로 느껴진다"는 그의 말은 효율성만을 쫓느라 놓쳤던 삶의 감각을 일깨운다.
그러나 이 낭만 뒤에는 거주자의 끊임없는 노동이 숨어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서비스를 누릴 수 없는 한옥 거주자는 스스로 '시설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이하경 씨는 파손된 마당 바닥을 디딤석과 마사토로 직접 정비하고, 부족한 수납공간을 해결하기 위해 예전 창고(광)를 일일이 정리해 활용한다. 가스 배관이 없어 간이 인덕션으로 취사를 해결하고, 좁은 공간 때문에 가구의 높낮이를 조절하며 살아야 하는 점은 1인 가구에게 '안락함'보다는 '부지런함'을 강요하는 요소다. 특히 한옥은 전문 목수의 손길이 필요해 일반 인테리어 대비 인건비가 1.5배 이상 높게 책정되는 것이 현실적인 고충이다.
서울시는 '서울한옥 4.0'을 통해 외관 수선비 최대 8,000만 원 등을 지원하며 한옥 거주의 진입장벽을 낮추려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책 집행의 한계점도 지적된다. 한옥 수선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엄격한 한옥 심의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통 재료와 전문 인력의 비용이 지원 금액을 상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특히 지원금을 받을 경우 의무 거주 기간과 엄격한 건축 심의 기준을 준수해야 하기에, 자산 형성이 부족한 1인 가구나 세입자층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는 정책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하경 디자이너는 한옥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나만의 하늘"을 한옥 살이의 최고 가치로 꼽는다. 비록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손이 많이 가는 번거로운 공간이지만, 그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태도는 주거의 가치를 '재테크'에서 '안식'으로 옮겨온다. 1인 가구 비중이 2052년까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획일적인 아파트 숲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공간을 찾는 시도를 도전해 보는 것도 진정한 '나'를 만나는 좋은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