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층 빌딩보다 집 한 채 짓는 게 더 어렵다… 유현준 교수가 말하는 '좋은 집의 조건'

많은 현대인이 층간소음과 획일화된 아파트를 벗어나 마당이 있는 나만의 단독주택을 짓기를 꿈꾼다. 하지만 막상 집을 짓기 시작하면 상상했던 로망은 수많은 현실적 난관과 부딪히게 된다. 구독자 144만 명을 보유한 건축 및 공간 전문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유현준 홍익대...

많은 현대인이 층간소음과 획일화된 아파트를 벗어나 마당이 있는 나만의 단독주택을 짓기를 꿈꾼다. 하지만 막상 집을 짓기 시작하면 상상했던 로망은 수많은 현실적 난관과 부딪히게 된다.구독자 144만 명을 보유한 건축 및 공간 전문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유현준 홍익대 교수)'은 30일 영상을 통해 건축가가 단독주택을 설계할 때 가장 신경 쓰는 핵심 요소들과 실제 자사(유현준건축사사무소)에서 설계한 주택 사례들을 상세히 공개했다.집을 단순한 부동산이 아닌 '삶의 그릇'으로 바라보는 건축가의 통찰이 예비 건축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건축의 줄기세포, 단독주택에 건축가의 진짜 철학이 담긴다

유현준 교수는 설계 사무소에서 가장 단가가 높고 고난도인 작업으로 주저 없이 단독주택을 꼽았다. 30층짜리 대형 오피스 빌딩보다 집 한 채를 설계하는 것이 몇 배는 더 까다롭다는 것이다.빌딩은 모니터를 놓을 자리와 회의실 등 목적이 단순하지만, 주택은 수면, 식사, 휴식, 배설, 분리수거 등 인간이 살면서 하는 모든 복합적인 행위가 24시간 일어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유 교수는 "주택은 건축의 줄기세포와 같아서 방을 늘리면 호텔이 되고, 거실을 키우면 컨벤션 센터가 된다"며, "유명 건축가의 진정한 디자인 철학과 역량을 보려면 그가 설계한 단독주택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도 대신 골목길을 걷다, 시선과 권력을 조율하는 집

영상에서는 건축을 '관계를 디자인하는 장치'로 정의하며, 두 세대가 함께 사는 캥거루 하우스의 설계 비밀을 소개했다. 부모 세대와 성인이 된 자녀 세대가 한집에 살면서 겪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 유 교수는 '따로 또 같이'라는 적당한 거리 두기를 공간으로 구현해 냈다.핵심은 집 안의 이동 통로를 닫힌 복도가 아닌, 하늘(천창)이 보이고 다양한 우회로가 존재하는 골목길처럼 설계한 것이다. 또한 두 세대를 잇는 중앙 복층 부엌을 중심으로 시선을 교차시키되, 권력의 우위에 있는 부모 세대보다 자녀 세대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게 설계하여 수평적인 가족관계를 유도했다.중정(안뜰)을 향한 창문 역시 각도를 좁혀 서로의 사생활은 보호하면서도 하나의 자연을 공유하도록 세밀하게 조율했다.

한옥의 정서, 툇마루와 초가집의 현대적 재해석

이 밖에도 각자의 방에서 개별 테라스로 나오면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툇마루 하우스, 건축주의 요청에 따라 초가집처럼 유려한 곡선 평면을 적용해 자연 조망 면적을 극대화한 플라이트 빌라 등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다채로운 설계 사례가 소개됐다.특히 유 교수는 밋밋한 아파트와 달리 입면(건물 외관)에 그림자가 깊게 드리우도록 설계하는 것이 건축물을 훨씬 입체적이고 아름답게 만드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돌출된 뻐꾸기 창이나 깊은 처마를 통해 내부도 외부도 아닌 전이 공간(테라스, 툇마루)을 만드는 것이 거주자에게 엄청난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수영장은 참아라… 전원생활의 차가운 현실과 조언

로망 가득한 전원주택 생활의 현실적인 고충에 대한 뼈아픈 조언도 이어졌다. 유 교수는 잔디 깎기, 잡초 뽑기, 벌레, 동파 등 유지보수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특히 "캘리포니아가 아니라면 야외 수영장은 절대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단언했다. 막대한 수도 요금과 수질 관리, 나뭇잎과 벌레 등 관리의 한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당이 주는 심리적 여유는 아파트와 대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예비 건축주들을 향해 "집을 짓기 전 본인이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 어떤 아침 햇살을 맞으며 커피를 마시고 싶은지 등 삶의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상상해야 한다"며, "그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현실화해 줄 수 있는, 본인과 스타일이 맞는 건축가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