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닳는다?" 안 달리면 퇴행성 관절염 발병률 3배 최근 국내 러닝 인구가 1천만 명에 육박할 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달리기가 무릎 관절을 망치고 노화를 앞당긴다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 현직 전문의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10월 tvN '유 퀴즈 ...
최근 국내 러닝 인구가 1천만 명에 육박할 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달리기가 무릎 관절을 망치고 노화를 앞당긴다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 현직 전문의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지난 10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정세희 서울보라매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23년 차 마라토너의 경험과 의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히려 달리지 않는 것이 신체 장기의 노화를 부르며 적절한 러닝은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한다"고 강조했다. 무작정 달리는 트렌드 속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과 강도로 땀을 흘려야 할지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일반적인 보건 의학 가이드라인은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150분 이상 실시하는 것을 권장한다. 하루 30분씩 주 5회 실시하는 분량이다. 질병관리청은 2025년 12월 발표한 건강 지표 역학조사 결과를 통해 주 15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지속할 경우 우울 증상 위험이 최대 57% 낮아지며 대사증후군 발병률이 급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하지만 상당수 현대인들은 출퇴근길 가벼운 산책이나 걷기로 이를 대체했다고 착각한다. 정 교수는 "걷기는 저강도 운동이므로 해당 가이드라인의 유산소 운동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그렇다면 일상에서 '중강도'를 어떻게 측정할까? 심박수 측정기가 없어도 판별법은 간단하다. 걷거나 뛸 때 콧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저강도, 숨이 차지만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하다면 중강도, 숨을 쉬느라 대화조차 불가능하다면 고강도로 분류된다. 개인의 체력 수준에 따라 시속 6km의 속도가 누군가에게는 고강도일 수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저강도일 수도 있다.
인류는 수렵채집 시기부터 장거리 달리기에 완벽하게 적합한 신체 구조로 진화해 왔다. 직립 보행으로 햇빛 노출 면적을 최소화해 체열 발산에 유리해졌고 10cm에 달하는 아킬레스건과 발달한 하체·엉덩이 근육은 뛰어난 에너지 효율을 증명한다. 현대인이 모니터 앞 거북목으로 퇴화하기 전까지 우리는 사실상 '달리는 기계'에 가까웠던 셈이다.이러한 신체적 특성은 뇌 건강과도 직결되는데 뇌가 원활히 기능하려면 혈관을 통해 다량의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땀 흘리는 유산소 운동은 신경과 혈관 사이의 동맹을 튼튼하게 만들어 뇌세포의 기아 상태를 막고 노폐물을 빠르게 제거해 준다. 결국 머리를 쥐어짤 때가 아니라 다리를 부지런히 쓸 때 뇌가 진정으로 똑똑해진다는 것은 인류 진화의 가장 흥미로운 역설이다.
러닝을 망설이는 이들의 가장 흔한 핑계는 무릎 연골 손상과 '가속 노화(Accelerated Aging·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 우려다. 정 교수는 달리기 매니아들의 검게 그을린 피부 탓에 외형적 노화가 빨라 보일 수 있으나 정작 생명에 직결되는 심혈관계 등 신체 장기의 '진짜 나이'는 훨씬 젊다고 짚었다.이를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가 1966년 댈러스에서 진행된 '침대 휴식 연구'다. 20대 대학생들을 3주간 침대에서만 지내게 한 결과, 심장의 유산소 기능을 나타내는 최대산소섭취량(VO2 Max)이 단숨에 30%나 급감했다. 40년 후 60대가 된 이들의 심폐 기능을 다시 측정했더니, 놀랍게도 20대 시절 단 3주 누워있었을 때와 수치가 동일했다.무릎 관절염에 대한 공포도 절반은 오해다. 장기 추적 관찰 결과, 달리지 않는 사람의 퇴행성 관절염 발병 위험이 꾸준히 달리는 사람보다 3배나 높았다. 최근 2025년 6월 서울대병원 노두현 교수팀이 발표한 무릎 퇴행성 관절염 예측 모델 연구에서도 관절염 발생 위험을 급증시키는 핵심 요인은 달리기가 아닌 운동 부족으로 인한 '체중(BMI) 증가'와 관절 주변 근력 약화였다.
준비되지 않은 몸으로 무작정 아스팔트를 달리는 것은 관절의 반란을 부를 수 있다. 특히 과체중이거나 관절이 약하다면 체중 부하를 줄이는 '슬로우 조깅'이나 충격 흡수율이 높은 '트레드밀(러닝머신)'이 훌륭한 대안이다. 장비병에 걸릴 필요도 없다. 비싼 기능성 의류나 스마트 워치 대신 내 발을 보호해 줄 '기본 러닝화' 한 켤레면 충분하다는 것이 현직 마라토너 의사의 명쾌한 처방이다.
현재 2025년 기준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은 약 47%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러닝 크루 열풍과 예방의학적 인식이 대중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향후 5년 내 중강도 유산소 운동 실천 인구는 현재 대비 10~15%p 이상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고강도와 저강도를 오가는 험난한 인터벌 러닝에 당장 집착할 필요는 없다. "하루 단 5분만 달려도 사망률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전문의의 조언은 단순한 수사학이 아니라 데이터가 증명하는 생존 지침이다. 지금 당장 신발 끈을 묶어야 할 이유로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