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스포츠 브랜드의 절대 강자, 나이키(Nike)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영업이익이 사실상 반토막 나고 주가가 고점 대비 75%가량 폭락하며 S&P 500 내 '과매도(가장 많이 팔린) 종목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단순한 경기 침체의 여파가 아니다....
전 세계 스포츠 브랜드의 절대 강자, 나이키(Nike)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영업이익이 사실상 반토막 나고 주가가 고점 대비 75%가량 폭락하며 S&P 500 내 '과매도(가장 많이 팔린) 종목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단순한 경기 침체의 여파가 아니다. 비즈니스 전문 유튜브 채널 '지식한입'은 최근 영상을 통해 나이키의 위기가 단기적 악재가 아닌, 지난 수년간 누적된 전략적 오판과 혁신 부재가 만들어낸 구조적 필연이라고 분석했다.본지는 해당 분석을 바탕으로 10대들의 아이콘에서 '아빠 신발'로 불리게 된 나이키의 세 가지 치명적 패착을 심층 보도한다.
가장 뼈아픈 실책은 유통 전략의 실패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나이키는 아마존 등 거대 유통사 및 오프라인 편집숍과의 계약을 대거 축소하고, 자사 몰과 직영 매장을 통해 직접 판매하는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을 전면화했다. 유통 마진을 아끼고 귀중한 소비자 데이터를 독점하겠다는 계산이었다.초기에는 수익성이 급증하며 성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치명적인 부작용이 드러났다. 나이키가 빠져나간 멀티숍의 매대(진열장)는 경쟁 브랜드들이 차지했다. 신발을 비교해 보고 신어보려는 일반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기며, 나이키는 신규 고객을 유치할 가장 거대한 '오프라인 광고판'을 제 발로 차버린 셈이 됐다.더욱이 도매상들이 분담해 주던 '재고 리스크'를 본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면서, 2022년 북미 지역 재고가 65%나 폭증하는 사태를 맞았다. 유통 마진을 아끼려다 재고 보관비와 마케팅 비용이 급증하고, 밀어내기식 잦은 할인으로 브랜드 프리미엄마저 훼손되는 최악의 악순환에 빠졌다.
나이키 본연의 무기였던 '혁신'과 '기능성'의 둔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나이키는 R&D(연구개발) 투자를 줄이는 대신, 에어포스, 조던, 덩크 등 과거의 클래식 히트 모델을 색상만 바꿔 재출시하는 쉬운 수익 창출에 매몰됐다. 대표적으로 수십만 원의 웃돈이 붙던 '범고래 덩크'는 무분별한 재출시로 희소성이 사라지며 길거리의 흔한 신발로 전락했다.그 사이 소비자의 트렌드는 변했다. 일상과 운동의 경계가 무너진 애슬레저 트렌드 속에서 소비자들은 더 편안하고 기능적인 신발을 원했다. 나이키가 클래식 모델 파생에 안주하는 동안, 이 빈틈을 파고든 '호카(Hoka)'와 '온러닝(On Running)' 등 신흥 기능성 브랜드들이 무서운 속도로 점유율을 잠식했다.
외부적 요인도 발목을 잡았다.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 약화가 치명적이었다. '신장 위구르 강제 노동 면화' 불매 선언 이후 중국 내 애국 소비(궈차오) 열풍이 불면서, 리닝(Li-Ning), 안타(ANTA) 등 품질을 크게 끌어올린 중국 로컬 브랜드들에게 막대한 파이를 내어주었다.또한, 스포츠 본연의 역동성보다는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 메시지나 사회적 이슈에 편승한 마케팅을 반복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주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국 장기 성장을 담보로 단기 수익률 극대화에 치중했던 경영진의 오판이 현재의 위기를 낳았다.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나이키는 최근 외부 인사가 아닌 30년 이상 나이키에서 근무한 내부 베테랑을 새로운 CEO로 구원 등판시켰다. 이들은 끊어졌던 도매 유통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시급히 복원하고, R&D 투자를 늘려 '혁신적인 기능성 스포츠 브랜드'라는 나이키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되찾겠다는 방침이다.업계 전문가는 "유통망 붕괴와 경쟁자들의 약진 등 나이키가 뚫어야 할 난관이 많지만, 여전히 스포츠 시장에서 나이키가 가진 역사적 해게모니는 압도적"이라며, "뼈아픈 실책을 인정한 나이키가 과거의 혁신 DNA를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가 향후 반등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