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참 활기차네요(아이가 시끄러우니 조용히 시켜라)." "피아노 실력이 많이 느셨네요(피아노 소리가 시끄러우니 그만 쳐라)." 일본 내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해독하기 어려운 화법으로 꼽히는 교토 사람들의 화술, 이른바 '이케즈(いけず)'다. 직설적인 화법에 익숙한...
"아이가 참 활기차네요(아이가 시끄러우니 조용히 시켜라).""피아노 실력이 많이 느셨네요(피아노 소리가 시끄러우니 그만 쳐라)."일본 내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해독하기 어려운 화법으로 꼽히는 교토 사람들의 화술, 우리에게는 '교토어'라고 통하는 이른바 '이케즈(いけず)'다. 직설적인 화법에 익숙한 타지 사람들에게 이케즈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이고 음침한 태도로 오해받기 십상이다.하지만 지식 정보 유튜브 채널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는 이 독특한 화법이 단순한 심술이나 텃세가 아니라, 천 년의 역사를 거치며 형성된 치열한 생존의 기술이자 타인을 위한 극한의 배려라고 분석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교토 화법의 뿌리는 794년 헤이안쿄(平安京) 천도 이후 형성된 귀족 중심의 궁정 문화에서 출발한다. 권력의 핵심이 모여 있던 교토에서는 누구를 어떻게 부르고, 어떤 말투를 쓰는지 등 모든 예법이 엄격한 질서 그 자체였다.직설적이고 거친 언사는 천박함의 상징으로 여겨져 정치적 생명을 위협받는 사유가 됐다. 언제든 권력이 뒤바뀔 수 있는 궁정의 암투 속에서, 상대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직접적인 거절이나 직언은 치명적인 원한을 살 수 있었다. 결국 상대를 존중하는 형태를 띠면서도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는 고도의 수사학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귀족들의 우아한 화술이 대중적인 서민의 언어로 퍼져나간 결정적 계기는 15세기 후반 교토를 잿더미로 만든 내전 '오닌의 난(応仁の乱)'이다.10년간 이어진 이 끔찍한 소모전은 뚜렷한 명분도, 영웅도 없이 동군과 서군이 엎치락뒤치락하며 도시의 지배권을 번갈아 차지했다. 어제 동군을 지지했던 자가 오늘 서군에게 참수당하는 피비린내 나는 전란 속에서, 서민들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모호함'이었다.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누구의 기분도 상하게 하지 않는 이케즈 화법은, 전란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생존 본능의 결과물이었다.
에도 시대로 접어들며 상업 중심지로 부흥한 교토의 거주 환경 역시 이케즈를 일상화하는 데 기여했다.당시 상업과 주거가 결합된 형태인 '마치야(町家)'는 극도로 밀집되어 있어 옆집의 숨소리조차 들릴 만큼 소음에 취약했다. 거주 이전의 자유조차 없던 시대에 대를 이어 장사를 해야 했기에 이웃과의 갈등은 곧 지옥을 의미했다.'시끄러우니 조용히 해달라'고 직설적으로 따지며 싸움을 만드는 대신, '아이들이 참 즐겁게 지내네요'라고 에둘러 표현하여 상대가 스스로 눈치를 채고 조심하게 만드는 방식은 이웃 간의 파국을 막기 위한 최선의 사회적 장치였던 셈이다.
타지인들에게 이케즈는 종종 맥길여고(골탕 먹이려고) 하는 잔인하고 음침한 화법으로 비치지만, 교토 내부의 시선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이케즈의 본질을 '상대방의 자존심과 체면을 상하지 않게 지켜주는 극한의 배려'로 여기며, 천 년 고도의 수도를 지켜온 교토인만의 고상한 정체성으로 자랑스러워한다.현대의 교토는 닌텐도, 무라타 제작소 등 첨단 기업과 타지에서 온 대학생들이 몰려드는 융합의 도시다. 젊은 층 사이에서 실생활 이케즈의 사용 빈도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나, 흥미롭게도 이는 하나의 문화적 '밈(Meme)'으로 역수출되고 있다. 최근 교토에서는 기모노를 입은 점원에게 직접 이케즈를 당해보는 관광 상품이나, 겉뜻과 속뜻이 번역된 이케즈 스티커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결국 이케즈는 타국의 낯선 문화를 단순히 '겉과 속이 다르다'고 단편적으로 재단하기보다, 그 이면에 얽힌 치열한 역사와 배려의 맥락을 살펴볼 때 비로소 타문화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가능함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