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 채널 '채널십오야'에 공개된 영상에서 나영석 PD 사단(에그이즈커밍)의 콘텐츠 제작진들이 모여 현재의 미디어 소비 행태와 제작 환경의 변화에 대해 솔직한 대담을 나누었다. 시대를 주도하는 트렌드 세터들조차 "결국 나 역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며...
최근 유튜브 채널 '채널십오야'에 공개된 영상에서 나영석 PD 사단(에그이즈커밍)의 콘텐츠 제작진들이 모여 현재의 미디어 소비 행태와 제작 환경의 변화에 대해 솔직한 대담을 나누었다.시대를 주도하는 트렌드 세터들조차 "결국 나 역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며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는 '메가 히트(Mega-hit)' 콘텐츠 창작의 고충을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이는 단순한 창작자의 넋두리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알고리즘 중심의 미디어 파편화 현상을 정확히 짚어낸 단면이다.
과거 TV 앞의 시청 경험이 온 가족의 통합이었다면, 현재의 스마트폰 속 유튜브는 철저히 고립된 일상이다.영상 속 제작진들의 출퇴근길 소비 목록은 야구 하이라이트, 사투리 콩트, 패션 쇼츠, 육아 정보 등 서로의 궤도가 전혀 겹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의 알고리즘이 "완전히 나영석 선배(업무)에 잠식당했다"는 웃지 못할 고백도 등장했다. 이른바 도파민 전쟁 속에서 시청자들은 자신의 확증 편향을 강화하는 콘텐츠로만 끝없이 침잠하고 있다.실제 수치도 이러한 단절을 증명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4년 발표한 <누가 숏폼을 어떻게 이용하는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숏폼 이용자의 87.1%가 숏폼 영상이 중독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숏폼을 시청하는 주된 이유로 '알고리즘이 추천해서 우연히'(94.6%)를 가장 높게 꼽았다. 이는 시청자의 의지보다 플랫폼의 추천 기술이 대중의 시간을 지배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더 긴 호흡의 영상물을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OTT(Over-The-Top: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시장에서는 거대한 자본이 투입된 자극적이고 완성도 높은 시리즈물만이 시청자의 정주행을 이끌어낸다.반면, 창작자들은 호흡이 조금만 길어져도 곧바로 스마트폰을 켜버리는 시청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분투한다. 앞단의 서사를 쌓아야 폭발적인 결말이 나옴에도, 시청자들은 인내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유튜브 대담 속 미디어 트렌드 핵심 요약]▪️파편화 가속 : 스포츠, 로맨스, 콩트 등 각자의 취향이 확고해져 세대 통합형 콘텐츠의 탄생이 어려워짐▪️시청의 일상화 : 유튜브 등은 특별히 시간을 내어 '시청'하는 것이 아닌 라디오처럼 틀어놓는 일상(SNS)의 영역으로 진입▪️AI의 명암 : 편집 보조, 자막 생성 등 효율을 극대화하지만, 사람 고유의 감성적 에지(Edge)를 평준화시킬 우려 상존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생성형 AI의 현장 도입이다. 영상 자막 생성부터 프롬프트 기반의 이미지 시뮬레이션까지, AI는 이미 보조 제작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44.5%가 생성형 AI를 경험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11.2%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콘텐츠 산업 내 생성형 AI 활용률 역시 20%를 돌파했다.그러나 편리함 이면에는 묵직한 부작용이 도사린다. 대담에서는 초년생 시절 '외경(풍경) 인서트'를 수없이 자르고 붙이며 배우던 가치 판단의 기회가 기계적 효율에 밀려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계가 지나치게 공손한 말투로 결과물을 쏟아낼 때 느껴지는 인간미의 결여에 거부감을 느끼는 제작자의 심리적 반발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확률론적 통계 추이를 감안할 때, 향후 3년 내 플랫폼의 초개인화 알고리즘 고도화는 가속화되어 현재 대비 미디어 파편화 지수는 최소 30% 이상 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즉, 5천만 국민이 모두 열광하는 전 국민적 신드롬은 사실상 수학적으로 실현되기 점점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영상 말미 한 제작자의 "세상은 참 복잡다양하다"는 체념 섞인 통찰은 그래서 역설적인 해답이 된다. 기술이 모든 텍스트와 숏폼을 자동으로 뱉어내는 시대, 결국 최후의 경쟁력은 취향이 쪼개진 틈새 시장에서 '이 콘텐츠를 꼭 만들어야만 했던' 인간 고유의 끈적한 진정성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