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PC 게임 디지털 유통 시장의 약 75%를 장악하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억 3,200만 명을 거느린 거대 플랫폼 '스팀(Steam)'. 하지만 정작 스팀을 운영하는 모기업 '밸브(Valve Corporation)'는 비상장 원칙을 고수하며 철저한 ...
전 세계 PC 게임 디지털 유통 시장의 약 75%를 장악하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억 3,200만 명을 거느린 거대 플랫폼 '스팀(Steam)'.하지만 정작 스팀을 운영하는 모기업 '밸브(Valve Corporation)'는 비상장 원칙을 고수하며 철저한 비밀주의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지식 정보 유튜브 채널 '김바비의 바비위키'는 최근 영상을 통해 게이머라면 누구나 알지만, 그 이면의 비즈니스 구조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밸브와 스팀의 성장 역사, 그리고 플랫폼 독점이 낳은 명암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오늘날 거대한 상점이 된 스팀의 초기 목적은 '게임 판매'가 아니었다. 2003년 스팀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 역할은 멀티플레이 게임(카운터 스트라이크 등)에서 기승을 부리던 '핵(Hack,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를 적발하고, 유저 간 게임 버전을 통일하기 위한 강제 패치 및 정품 인증 프로그램에 불과했다.스팀이 유통 플랫폼으로 탈바꿈한 결정적인 계기는 2004년 명작 '하프라이프 2'의 출시였다. 밸브는 자사의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스팀 계정 연동을 의무화했고, 초기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백만 명의 유저가 스팀을 설치하게 만들었다. 이후 2005년 인디 게임 '랙돌 쿵푸(Rag Doll Kung Fu)'를 시작으로 서드파티(제3자) 게임을 입점시키며 본격적인 디지털 유통망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스팀이 IT 산업 전반에 미친 가장 결정적인 영향은 이른바 '30% 수수료'의 정립이다.과거 CD나 패키지 형태의 물리적 게임 유통 시절에는 소매점 마진, 물류비, 디스크 제조비 등으로 인해 판매가의 50% 이상이 유통 비용으로 소모됐다. 이에 스팀은 "물류비용을 없애줄 테니 수수료 30%만 받겠다"고 선언했고, 이는 당시 게임사들에게 매우 합리적이고 관대한 조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선례는 훗날 2008년 애플의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가 30%의 수수료율을 책정하는 데 결정적인 기준점으로 작용했다.하지만 디지털 유통망 유지 비용이 매출의 5~10%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 현재, 고정된 30%의 수수료는 게임 개발사들에게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며 플랫폼의 '과도한 폭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수료 불만에 반기를 들고 수많은 거대 자본이 스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EA(오리진), 유비소프트(유플레이), 블리자드(배틀넷) 등 대형 퍼블리셔들이 독립을 선언했고, 특히 에픽게임즈는 스팀의 절반도 안 되는 '12% 수수료'와 막대한 무료 게임 배포를 무기로 내세웠다.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 모두 스팀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영상은 그 이유를 '네트워크 효과와 락인(Lock-in) 효과의 간과'에서 찾았다. 소비자에게 스팀은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게임 리뷰를 남기고 포럼에서 토론하며 자신만의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거대한 '소셜 네트워크'였다. 막강한 자본과 낮은 수수료만으로 유저의 견고한 습관과 커뮤니티 생태계를 빼앗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굳건해 보이던 스팀의 철옹성도 최근 법적 도전에 직면했다. 2021년 인디 게임사 울파이어 게임즈(Wolfire Games)가 밸브를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을 통해, 스팀의 은밀한 '가격 동등 조건(MFN, 최혜국 대우)' 정책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타 스토어에서 스팀보다 낮은 가격으로 게임을 판매할 경우 스팀에서 해당 게임을 내리겠다고 압박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에픽게임즈처럼 수수료가 낮은 플랫폼에서 개발자가 게임 가격을 낮춰 소비자에게 혜택을 돌려주려는 시도를 원천 차단하는 반경쟁적 행위로 지목된다.전문가들은 "해당 소송 결과에 따라 철옹성 같던 30% 수수료 체계가 붕괴하고, IT 플랫폼 전반의 수수료 구조가 연쇄적으로 흔들리는 거대한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결국 스팀의 사례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선점 효과의 위력을 증명하는 동시에, 압도적 지배력이 시장의 자정 작용을 억제할 때 마주하게 되는 구조적 모순과 규제의 필요성을 동시에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