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이 아닌 훌륭한 출발점 인공지능이 디자인 산업의 작업 방식을 휩쓸고 있다. 단순 이미지 생성을 넘어 기획 단계의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어도비 파이어플라이 등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단 몇 초 만에 16개의 시안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창작의 가장 고통스러운...
인공지능이 디자인 산업의 작업 방식을 휩쓸고 있다. 단순 이미지 생성을 넘어 기획 단계의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어도비 파이어플라이 등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단 몇 초 만에 16개의 시안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창작의 가장 고통스러운 과정인 아이디어 도출의 수고를 크게 덜어준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이 곧바로 완성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텍스트나 이미지를 학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은 보편적인 결과물을 내놓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결국 전문 디자이너의 섬세한 손길이 닿아야만 상업적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거듭난다.
모두가 동일한 툴을 쓰면 결과물은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김 디자이너는 명령어의 구체성이 결과물의 질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사과를 그려달라는 단순한 요구 대신, 비 오는 날 창가에 외롭게 앉아 있는 사과처럼 상황과 질감을 지시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최첨단 기술을 잘 다루기 위해선 아날로그 경험이 필수적이다. 하루 종일 모니터 앞의 공식에만 갇혀 있으면 창의성이 메마르기 쉽다. 노트북을 덮고 전시를 보거나 일기를 쓰는 오프라인 활동이 감각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일기를 쓰며 감정을 단어로 표현하는 연습은 명령어 작성 능력으로 직결된다. 이러한 일상적이고 감각적인 경험들이 쌓여 기계에게 더 정교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기술의 발전 속에서 인간 고유의 감수성이 오히려 강력한 무기가 된 셈이다.
기술이 평준화될수록 인간의 기획력과 감각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기계가 압도하겠지만, 방향성을 설정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터치는 향후 10년 이상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남을 확률이 90% 이상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