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주 투자, 껍데기보다 '두뇌 밸류체인' 주목해야 인공지능 시장의 패러다임이 로봇 몸통과 결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화려한 휴머노이드 외형보다 이를 구동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 장악이 관건이다. 26일 유튜브 채널 언더스탠딩에 출연한 김덕진 서울시립...
인공지능 시장의 패러다임이 로봇 몸통과 결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화려한 휴머노이드 외형보다 이를 구동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 장악이 관건이다.26일 유튜브 채널 언더스탠딩에 출연한 김덕진 서울시립대학교 겸임교수는 최근 AI 업계의 자본이 '피지컬 AI'로 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화면 속에 머물던 AI가 물리적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전력, 클라우드, 칩, 센서로 이어지는 근본적인 가치사슬 투자가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구글 딥마인드는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에 지능을 탑재하는 성과를 냈다. 과거 로봇은 사람이 5시간 이상 직접 조작하며 데이터를 입력해야만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로봇이 카메라로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추론해 행동한다.화이트보드에 적힌 글씨를 읽고 순서대로 작업을 수행하거나, 문이 열려 있는 상황을 스스로 인지한다. 공장을 순찰하다 아날로그 계기판의 온도 이상을 발견하면 즉각 알림을 보내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로봇이 자체적으로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영상을 생성하며 최적의 동작을 찾는 방식이 도입된 결과다.
과거 인터넷 초기나 챗GPT 등장 시기처럼 완제품이나 서비스 겉모습에만 투자하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챗GPT의 성공 이면에 엔비디아의 GPU와 데이터센터 같은 인프라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피지컬 인공지능 역시 전력, 클라우드, 센서, 플랫폼, 응용 레이어 등 복잡한 가치사슬로 구성된다. LG 구광모 회장이 최근 실리콘밸리의 스킬드 AI를 직접 방문한 것도 범용 로봇 두뇌 플랫폼이라는 핵심 밸류체인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하드웨어 역량에 소프트웨어 두뇌를 이식하려는 기업 간의 협업과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모든 현장에 완벽한 인간형 로봇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공장용 로봇은 손가락이 네 개다. 원가 절감과 공장 내 작업 효율을 고려할 때 굳이 인간처럼 다섯 개의 손가락을 고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반면 초정밀 제어가 필요한 의료용 로봇은 고도화된 디테일이 필수적이다. 시장은 자율 주행과 같은 이동 기반, 드론을 활용한 관측 기반, 로봇 팔 형태의 조작 기반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통신이 끊겨도 자체 추론으로 구조나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관측형 로봇 시장이 가장 먼저 상용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만의 비효율적인 교류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AI 도입으로 주니어 변호사들의 기술적 문서 작성 능력이 상향 평준화되는 추세다.법률 서비스의 질이 비슷해지면서 결국 남는 시간을 활용한 인간적 네트워크나 이른바 전관의 정무적 판단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기계가 만들어준 시간적 효율성을 인간만의 낭만과 유대감 형성에 투자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시사한다.피지컬 AI 시장은 하드웨어 완제품 생산 기업보다 범용 두뇌 플랫폼 및 핵심 부품 밸류체인을 장악한 기업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전체 로봇 시장에서 인간을 완벽히 모방한 휴머노이드보다 물류 이동이나 재난 관측 등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맞춤형 로봇의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게 형성될 것으로 추정된다.빅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껍데기만 흉내 내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도태될 확률이 크다. 기술적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질수록 역설적으로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대인 관계와 인적 네트워크 구축 능력이 노동 시장에서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척도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