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딩 & 김그륜 - 영상 제작, AI가 대체할까?

AI 시대 영상업계 생존 무기, '기획력'과 '불완전함'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미디어 산업을 강타하면서 '인간 대체론'이 또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획부터 편집까지 클릭 몇 번에 완성되는 시대 창작자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에미상(Emmy Awards...

AI 시대 영상업계 생존 무기, 기획력과 불완전함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미디어 산업을 강타하면서 '인간 대체론'이 또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획부터 편집까지 클릭 몇 번에 완성되는 시대 창작자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에미상(Emmy Awards) 수상자이자 현재 할리우드 애플 TV 팀에서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김그륜 씨는 최근 유튜브 채널 '조코딩'에 출연해 AI를 대하는 현업 아티스트들의 시각과 실질적인 생존 전략을 공개했다. 영상 전문가들은 AI가 산업의 훌륭한 도구가 될지언정 고유의 서사를 짓는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입을 모은다.

렌더링 혁명과 데자뷔… AI는 시간 단축 아닌 퀄리티 경쟁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곧바로 인간의 노동 시간 단축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과거 3D 렌더링 방식이 CPU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넘어갈 당시 작업자들은 밤샘 작업에서 해방될 것이라며 만세를 불렀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렌더링 대기 시간이 사라지자 클라이언트들은 더 빠른 수정(Iteration)과 더 높은 차원의 퀄리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김 디자이너는 현재의 AI 혁명 역시 이와 유사한 궤적을 그릴 것으로 내다봤다. 수백 수천 장의 시안을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방대한 결과물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파일 관리'와 '맥락 조율' 능력이 핵심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5년 초 발표한 '생성형 AI 콘텐츠 산업 활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영상 실무자의 68%가 "단순 작업 시간은 줄었으나 기획 및 디벨롭 단계의 업무량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응답한 바 있다.

비전문가도 공모전 본선행… 승패를 가르는 건 개별 컷 아닌 서사

생성형 AI는 기술적 진입 장벽을 무너뜨렸다. 최근 열린 AI 영상 공모전 심사 결과는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본선 진출작의 약 30%는 기존에 영상을 다루지 않던 비전문가의 출품작이었다. 단일 클립만 놓고 보면 전문가의 아웃풋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적 상향 평준화가 이뤄진 셈이다.하지만 최종 우승의 향방을 가른 것은 결국 '서사(Narrative)'였다. 비전문가의 작품은 개별 이미지의 시각적 완성도는 탁월했지만 여러 클립을 이어 붙였을 때 메시지의 설득력과 템포가 급격히 떨어지는 한계를 보였다.반면 기존 전문가들은 샷(Shot)의 크기 조절, 카메라의 호흡, 씬(Scene) 간의 유기적 연결 등 전체 영상의 흐름을 통제하는 노련한 기획력으로 차별화를 이뤄냈다. 이는 AI가 단일 컷 단위의 훌륭한 '작문'을 대신해 줄 수는 있어도 이를 엮어 전체 영상이라는 한 편의 매끄러운 '소설'을 완성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 고유의 기획 역량에 달려있음을 시사한다.

완벽한 AI에 대항하는 무기, 인간의 의도된 불완전함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결과물은 '정답'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대중의 감동은 종종 계산되지 않은 붓 터치나 엉뚱한 연출 같은 '불완전함'에서 피어난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매끄러운 AI 영상이 역설적으로 기시감을 주는 이유다.전문가들은 향후 AI 영상의 한계를 돌파할 기술로 가우시안 스플래팅(Gaussian Splatting·2D 이미지를 3D 공간 데이터로 변환해 실시간 렌더링하는 최신 기술) 등의 융합을 꼽는다. AI가 평면적인 영상을 생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결과물을 3D 공간화하여 인간 연출자가 직접 카메라 워킹과 빛을 세밀하게 수정(Directing)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파이프라인이 구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90%의 자동화, 남은 10%의 지휘력이 포식자를 결정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최근 관측을 통해 향후 10년 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 업무의 약 26%가 AI에 의해 자동화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단순 스케치나 프롬프트 조합 같은 기능적 업무는 수학적 확률로 볼 때 대체 가능성이 90% 이상에 수렴한다.그러나 기술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AI라는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로서의 인간 역할은 더욱 독보적이 될 전망이다. 김 디자이너가 강조한 대로 낡은 관습을 버리는 '유연함'과 새로운 툴을 즉각 내 것으로 만드는 '실행력'을 갖춘 창작자만이 기술 패권 시대의 진정한 포식자로 살아남을 것이다.